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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DIEGO LIFE

#4. 네..? 저희 세탁기에 누수가 있다구요..?

by 김씨아내신씨 2023. 10. 5.

나는 매우 소심하고 typical(이 단어를 김박사는 참 좋아하는데 아직도 잘 안와닿는다) INFP이다.

한국에서 살아도 해야할 말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 미국까지 왔으니 어떻겠나...

그럼에도 알수없는 근자감이 있다. 

하면 되겠지. 어디든 떨어지면 다 사람사는 곳인데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영어 공부를 안했다 :)

근자감은 있지만 소심했던 나란 사람은.. 영어는 못하지만 미국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에 가득 차있었고, 결국 무너지고 만다.. 

 


 

분쇄기 문제가 다 해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partment에 누수가 있으니 확인차 들리겠다고 했다.

노크를 하면 큰 소리로 대답을 해야 하는게 부끄러워 미어캣마냥 밖에 소리를 듣고 있다가 누가 오는것같으면 문 열러 뛰어나갔다.

노크 소리 들릴떄 내 모습

요번에는 2명이 같이 오셨고, 화장실이랑 화장실 연결된 안방 옷장을 보고는 괜찮다며 갔다.

그 다음날쯤에는 다시 2명이 와서 이번에는 세탁실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전에 왔던 maintenance가 와서 반가운 마음도 잠시 우리 집에서 누수가 있는 것 같다는 무서운 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그렇게 그다음날 2명, 4명 짝을 지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며(in and out / back and forth) 고치려고 하는 듯했다. 

우리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화를 열심히 듣지도 않았고, 일단 스페인어로 대화하셔서 그냥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근데 정말 자주 왔다갔다한다. 한번 나가면 1시간 2시간 있다 올 떄도 있고 30분 뒤에 올 떄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첨부터 공구 다 가지고 와서 딱 끝내고 갈텐데 손이 느린 것 같지는 않은데 참 오래 걸린다.


아무튼 세탁기랑 연결된 호스를 자르고 뭔가를 해야한다고 했고, 한동안 아파트 전체에 울리던 소리가 우리집에서 났다.

나는 누가 정신없이 못질하는 줄 알았더니, 다 이 누수 고치는 과정이었나보다.

사람 좋아하던 우리 꼬미는 어느새 사람만 오면 옷장으로 들어가 숨게 되었고, 나는 어쩔 줄 몰라서 티비도 못보고 노트북도 못하고...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는 것도 부끄러워 작은 소리로 숨죽여듣고있었다.

말이라도 잘하면 뭐가 문젠지 어떻게되가는지 물어볼텐데, 나의 근자감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답을 해주면 내가 알아 들을수나 있을까? 나는 그냥 'yes yes// okay//' 하겠지...' 그 모르는 표정으로 모습이 싫어 결국 물어보지 못하고 쭈구리처럼 앉아있었다. 

사실 같이 대화하는 사람이 3명이 넘어가면 합죽이가 되기도 한다.. 

합죽이..

그렇게 2일이 지나고 났더니 마지막 금요일인데... 아무도 안오는게 아닌가..! 우리집 세탁기 아직 밖에 호스 없이 나와있는데....!

          ⁕ 여기 미국은 정말 철저하게 퇴근시간, 점심시간을 지키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수요일부터 쌓여있는 빨래를 월요일까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3시쯤에 문자를 남겼다. 

마침 지금 가고있다는 대답!

전에 다른 laundry machine 사용할수있게 키를 준다고 했는데, 뼈까지 한국인인 나는... 그담날에 끝날줄 알았다ㅏ.😥😥

그래서 멋있게 "It's okay! I can wait" 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maintenance 오면 할 대사까지 다 준비해뒀는데 5시가 다되도록 안오는게 아닌가...  참고로 5시면 퇴근시간이다.

결국 다시 문자를 보내게되고 월요일까지 끝낸다는 확답을 받으며 세탁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문자 보내느 maintenance가 8시 넘어서 세탁기는 구하지 못했다는 답을 해왔다. 고마웠다.


미국은 신발을 신는 문화이기 때문에 maintenance들이 오면 그날은 청소하는 날이다.

신발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한 청년이 세탁실(patio에 있음)에서 나오면서 신발을 벗는게 아닌가..!

괜찮아요~했더니 물 묻어서 그렇다며 신발을 벗더니 옆에 밀대로 바닥 청소도 해주고 갔다 +_+ 친절한 사람

영어가 부족해 고마움을 더 많이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종일 깔개를 가지고 와서 거기 위로만 다니셨다! 

아마 페인트 때문인것같지만, 갓 유학온 나에게는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참 여유롭다. 언제 느끼냐면 퇴근이 자유롭고 무엇보다 신호등없는 횡단보도 건널때!

나는 여전히 뛰어다닌다.. 그들은 뛰지 않는다. 참 보기 좋다.

그러나 나는 뛴다 ^^ 부끄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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